"채용 기준이요? 일 잘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채용 기준을 물으면 이렇게 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기준만으로는 지원자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평가할 기준이 없다 보니 비슷한 일을 3년 했으니 잘할 것 같다거나, 면접에서 대화가 잘 통했으니 괜찮을 것 같다는 이유로 채용을 결정하기 쉽습니다.
지원자가 두 명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명은 비슷한 업무를 3년 동안 해 왔고, 다른 한 명은 경력이 거의 없습니다. 이력서만 보면 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더 관심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력이 적은 지원자가 면접에서 들은 조언을 메모했다가 다음 날 그 내용을 반영한 짧은 메일을 보냈다면 어떨까요? 입사 후 석 달이 지났을 때 누가 일을 더 잘할지는 경력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면접 평가 기준, 항목과 채점 기준 따로
면접 평가표를 만들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책임감 5점 만점"처럼 평가 항목만 정해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면접관이 그날 받은 인상에 따라 점수를 주기 쉽습니다. 같은 지원자를 평가했는데 대표는 2점, 팀장은 4점을 줬더라도 왜 평가가 다른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면접 평가 기준을 두 부분으로 나눠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평가 항목: 해당 직무에서 필요한 능력이나 태도를 정합니다. 직원이 적은 회사라면 우선 세 가지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판단 기준: 지원자가 어떤 답변이나 행동을 보였을 때 상·중·하로 평가할지 정합니다. 평가 항목마다 미리 구체적인 기준을 적어 둡니다.
판단 기준까지 정해 두면 여러 면접관이 같은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점수가 다르게 나왔을 때도 어떤 답변이나 행동을 근거로 평가했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작은 회사가 경력 외에 볼 세 가지
작은 회사에는 신입 직원을 전담해서 가르쳐 줄 사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기도 하고, 회사 상황에 따라 업무 방식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일을 배우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맡은 일을 끝까지 처리하는 태도를 더해 세 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 평가 항목 | 왜 이 항목인가 | 면접에서 확인하는 방법 |
|---|---|---|
| 배우는 속도 |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새로 맡습니다 | 낯선 주제의 짧은 과제를 주고, 결과보다 질문의 질과 접근 순서를 봅니다 |
| 피드백을 받는 태도 | 대표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 면접 중 과제에 피드백을 한 가지 주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 고치는지 봅니다 |
| 끝까지 맡는 책임 | 담당자가 손을 놓으면 대표에게 일이 돌아옵니다 | "맡은 일이 막혔을 때 누구에게 언제 알렸나요?"처럼 지난 행동을 묻습니다 |
앞에서 예로 든, 면접 다음 날 메일을 보낸 지원자의 행동도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면접에서 들은 조언을 기억하고 실제 결과물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배우려는 태도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 항목별 상·중·하 기준 예시
아래는 세 가지 평가 항목을 상·중·하로 구분한 예시입니다.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표가 아니라, 지원자가 어떤 답변이나 행동을 보였을 때 해당 등급을 줄지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채용할 직무에 맞춰 행동 기준을 수정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 평가 항목 | 상 | 중 | 하 |
|---|---|---|---|
| 배우는 속도 | 과제의 목적부터 묻고, 모르는 부분을 어디서 어떻게 찾았는지 순서대로 설명한다 | 시키는 대로 해 오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물으면 답이 막힌다 | 모르는 부분을 묻지 않고 넘어가거나, 아는 방식으로만 풀고 끝낸다 |
| 피드백을 받는 태도 | 피드백을 들은 자리에서 고친 안을 말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부분은 이유를 들어 묻는다 | 받아들이지만 어떻게 고칠지는 말하지 않는다 |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방어부터 하거나, "네"라고만 하고 그대로 둔다 |
| 끝까지 맡는 책임 | 막혔던 일을 언제 누구에게 알렸고 그 뒤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한다 | 마무리는 했지만 막혔을 때 혼자 끌어안았던 경우가 많다 | 막힌 일의 결과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 탓으로 끝난다 |
직무에 따라 평가 항목별 비중을 다르게 정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 응대가 많은 직무라면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보고, 혼자 정산 업무를 맡을 직원이라면 끝까지 일을 처리하는 책임감에 비중을 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는 속도 40, 피드백을 받는 태도 30, 책임 30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다만 가중치를 정하기 전에 채용할 직원에게 맡길 주요 업무 세 가지부터 적어 보는 게 좋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평가 항목별 중요도도 정할 수 있습니다.
면접이 끝나면 10분 안에 각 항목을 상·중·하로 평가하고, 그 판단의 근거가 된 지원자의 답변이나 행동을 함께 기록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원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다음 채용 때 평가 기준을 수정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력 연수는 평가표와 별도로 기록하고, 평가 결과가 비슷한 지원자들을 비교할 때 추가로 참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면접 평가 기준에서 뺄 항목
평가 기준을 만들다 보면 업무와 관련이 없거나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항목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다음과 같은 항목은 제외하는 게 좋습니다.
"열정 있는 사람", "센스 있는 사람"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표현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해당 태도를 꼭 평가하고 싶다면 "모르는 부분을 먼저 묻는다"처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꿔 적습니다.
대표와 성격이나 성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성격이 잘 맞는 것과 업무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직무와 관계없는 신체 조건이나 결혼 여부를 평가 기준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제2항은 모집·채용 과정에서 직무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이나 미혼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을 정했다면 실제 면접에서 사용할 질문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지원자가 새로운 일을 배우는 방식과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 맡은 일을 처리하는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은 대표 혼자 보는 면접, 무엇을 물어야 할까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경력과 학력은 아예 안 봐도 되나요?
안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경력과 학력은 이 일을 해 봤다는 정보일 뿐이고, 우리 회사에서 빨리 배우고 고칠 사람인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평가 기준표와 별도로 적어 두고, 점수가 비슷할 때 참고하세요.
면접 과제를 내면 지원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요?
과제가 너무 길면 부담이 됩니다. 1~2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분량으로, 실제로 맡길 일과 비슷한 내용을 내고, 과제의 목적을 미리 설명하세요. 과제 결과물을 회사가 그대로 쓰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기준을 정해도 결국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게 돼요.
면접 직후 항목별 점수와 그 점수를 준 근거를 바로 적어 두세요. 하루 지나면 기억이 인상으로 바뀝니다. 적어 둔 근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마음과 기준이 어디서 다른지 보입니다.
면접 평가 기준은 면접 전에 지원자에게 알려 줘도 되나요?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지 정도는 채용 공고나 면접 안내에 적어 두면 지원자도 준비하기 쉽고, 회사도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쉽습니다. 상·중·하를 가르는 세부 기준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