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쁜데, 사람을 뽑아야 할 때일까요? 뽑는다면 마케터가 좋을까요, 디자이너가 좋을까요?"
혼자 사업을 꾸려 온 대표라면 낯설지 않은 질문입니다. 낮에는 거래처를 만나고, 저녁에는 고객 문의에 답하고, 밤늦게 송장을 뽑습니다. 다음 달 신제품 준비는 계속 밀리죠. 그런데 막상 무엇을 맡길지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첫 채용을 결심한 뒤에는 '회사에 꼭 있어야 할 역할' 목록부터 떠올립니다. 매출을 늘리고 싶으니 마케터, 상세페이지가 아쉬우니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요.
'바쁘다'는 느낌과 실제로 바쁜 일
바쁜 건 사실인데, 무엇에 바쁜지는 세어 보기 전까지 잘 모릅니다. 세어 보면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와 뽑으면 무엇을 맡길지를 한꺼번에 알 수 있어요. 첫 직원의 채용 시기와 역할은 따로 떨어진 질문이 아니라, 같은 목록에서 나오는 답입니다.
2주 동안 한 일 적고 표시하는 법
방법은 단순합니다. 2주 동안 하루 끝에 오늘 한 일을 한 줄씩 적고, 각 일 옆에 두 가지를 표시합니다.
| 표시 | 질문 | 예시 |
|---|---|---|
| 반복 | 이 일을 매주(또는 매일) 하는가? | 주문 처리, 문의 답변, 정산 자료 모으기 |
| 대체 | 기준만 알려 주면 대표가 아니어도 되는가? | 송장 출력은 가능, 거래처 가격 협상은 아직 어려움 |
'반복'과 '대체'가 같이 표시된 일이 주당 하루(8시간 안팎) 이상이면 첫 직원을 검토할 때가 된 겁니다. 2주 기록과 함께 아래 신호도 확인해 보세요.
- 대표만 할 수 있는 일(영업, 기획, 큰 결정)이 2주 이상 밀리고 있다
- 바빠서 답장 누락이나 발송 지연이 반복된다
- 외주에 맡기는 일이 매달 비슷한 양으로 고정됐다
- 고객 문의 답변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리고 반복 업무를 글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같이 보세요. 다른 신호가 다 있어도 일을 설명할 수 없다면, 사람을 뽑아도 대표가 계속 옆에 붙어서 가르쳐야 합니다. 이 목록은 그대로 첫 직원의 업무 설명이 되고요.
마케터부터 뽑았다가 대표가 더 바빠지는 경우
매출을 늘리고 싶어 첫 직원으로 마케터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마케터가 일을 시작하려면 대표가 정해 줄 게 많습니다. 어떤 고객을 노릴지, 예산은 얼마인지, 어떤 말투로 쓸지요. 대표는 여전히 주문 처리와 문의 답변에 하루를 씁니다. 마케터와 이야기할 시간을 못 내죠. 마케터는 방향을 기다리고, 대표는 더 바빠집니다.
마케터를 뽑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마케터에게 방향을 주려면 대표 시간에 먼저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일은 순서를 적어 두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지만, 매번 새로 판단해야 하는 일은 넘기기 어렵습니다. 맡길 일이 분명하지 않은 역할은 외주로 먼저 맞춰 봐도 됩니다.
첫 직원 후보 역할 비교, 줄어드는 대표 시간 기준
첫 직원 역할을 고를 때는 "이 사람을 뽑으면 내 시간이 주당 몇 시간 줄어드는가?"를 물어보세요. 2주 기록에서 '반복+대체' 표시가 붙은 일을 걸린 시간과 함께 보면 답이 나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이 첫 직원이 맡을 일입니다.
| 후보 역할 | 줄어드는 대표 시간 | 대표가 따로 쓸 시간 | 이런 회사에 먼저 |
|---|---|---|---|
| 사무 보조(일정·서류·정산) | 큼(바로 넘길 수 있는 반복 업무가 많음) | 적음(순서만 알려 주면 됨) | 대표가 행정 업무에 하루 몇 시간씩 쓰는 회사 |
| 고객 응대(CS) | 큼(문의가 많을수록) | 중간(답변 기준을 만들어야 함) | 문의·주문이 매일 일정량 들어오는 회사 |
| 마케터 | 처음에는 작음 | 큼(방향, 예산, 검수) | 대표가 방향을 줄 시간이 이미 있는 회사 |
| 디자이너·개발자 | 일의 종류에 따라 다름 | 중간~큼 | 같은 작업이 매주 반복되는 회사 |
'줄어드는 대표 시간'은 크고 '따로 쓸 시간'은 작은 역할부터 뽑으면, 대표가 채용 효과를 가장 빨리 느낍니다. 표에서는 사무 보조와 고객 응대가 그쪽이죠. 그 역할을 경력자에게 맡길지 신입에게 맡길지는 가르칠 시간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력직 채용과 신입 채용 중 첫 직원은 누구를 뽑을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사무 보조를 뽑을 때 역할 문장 쓰는 법
사무 보조는 매출과 바로 이어지지 않아 보여서 사치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무 보조를 '잡무 담당'으로 뽑으면 맡길 일의 경계가 없어서, 이것저것 하다 정작 대표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역할 문장에 '누구의 어떤 시간을 돌려주는가'를 적어 보세요. "대표가 매주 6시간 쓰던 일정 조율, 견적서 발송, 월말 정산을 맡는다"처럼요. 그러면 맡길 범위가 분명해지고, 채용 공고에 적을 말도 같이 나옵니다.
역할을 정한 뒤 넘기는 순서
역할을 정했다면 넘기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2주 기록에서 '반복+대체' 표시가 붙은 일 가운데 대표가 가장 시간을 많이 쓰거나 가장 하기 싫은 일 세 개를 고릅니다.
- 세 가지 일을 '반복되는 일'과 '판단이 필요한 일'로 나눕니다. 반복되는 일은 처음 하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게 순서를 5줄 안으로 적어 첫 주에 넘기고, 판단이 필요한 일은 처음 한 달 동안 대표와 함께 합니다.
- 대표가 되찾은 시간을 무엇에 쓸지도 미리 적어 둡니다.
세 번째를 의외로 많이 놓칩니다. 사람을 뽑아 시간을 되찾았는데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다른 잡무로 채워집니다. 대표는 여전히 바쁘고, 채용 효과는 보이지 않죠.
넘길 일의 순서를 적어 둘 곳도 정합니다. 처음에는 구글 문서나 한글 파일 하나면 충분하고, 사내 메신저로 잔디를 쓴다면 토픽에 고정 글로 올려 둬도 됩니다. 노션에 업무별 페이지를 직접 만들어도 됩니다.
여기까지 하면 무엇을 맡길 사람을 뽑는지가 분명해집니다. 그 사람에게 실제로 드는 비용은 월급만이 아니라서, 직원 1명 인건비 계산의 항목을 하나씩 채워 보며 비교해 보세요. 맡길 직무의 임금 수준은 고용24 직종별 임금정보에서 볼 수 있어요. 사람을 어디서 찾을지는 채용 사이트·지인 추천·헤드헌팅·SNS 비교에서 경로별 비용과 시간을 견줘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매출이 얼마쯤 되면 첫 직원을 뽑아야 하나요?
업종과 마진이 달라 매출 하나로 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습니다. 대신 대표가 아니어도 되는 반복 업무에 쓰는 시간과, 직원 1명에게 드는 실제 비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외주로 먼저 맞춰 보는 게 나을까요?
일의 양이 들쑥날쑥하거나 맡길 일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면 외주로 몇 달 맞춰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외주를 맡기면서 일의 순서와 기준을 글로 남겨 두면, 나중에 직원을 뽑을 때 그대로 업무 설명이 됩니다.
첫 직원으로 비서(사무 보조)를 뽑는 건 사치 아닌가요?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보여서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가 하루 몇 시간씩 쓰던 일정 조율, 서류, 정산 같은 일을 넘기고 그 시간에 영업이나 기획을 한다면 회사 전체로는 매출에 가까운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마케터를 먼저 뽑아야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요?
마케팅은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무엇을 할지 대표가 방향을 잡아 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향을 줄 시간이 없는 상태라면 마케터를 뽑아도 대표의 짐이 늘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여러 역할을 맡겨도 되나요?
작은 회사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다만 역할마다 우선순위와 주당 쓸 시간을 정해 두지 않으면, 급한 일만 하다 중요한 일이 계속 밀립니다.